미래에는 커뮤니티의 성격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삶의 형태와 내용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커뮤니티 역시 전통적인 개념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며, 동시에 정보통신 위주의 사회상으로 인해 장소를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는 희박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므로 미래사회에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하다. 지역과 장소를 초월한 인간관계가 가능해지면서 커뮤니티는 점차 제 역과 장소를 초월하게 되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사는 물리적 환경의 성격에도 분명히 표출되는 것이다. 근대 이후 대다수의 건축가는 장소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티는 고려하지 않았고, 인간과 주거환경의 관계 또한 매우 소원하게 설정했다. 장소와 지역을 초월하는 커뮤니티의 상은 이미 1970년대에 여러 학자에 의해서 주장되었다. 매클레너핸 B. A. McClenahan 은 커뮤니티가 인간의 삶에 기초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지리적인 근접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인간관계가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하는 상황에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열망이 존재하는 이상 커뮤니티 형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 커뮤니티 대신 의식의 집합에 바탕을 둔 커뮤니티'를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2 도시사회학자 멜진 웨버 'Melvin M. Webber 역시 일찍부터 그러한 모델을 지지했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간단한 조작 하나로 웬만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장소에 바탕을 둔 키 뮤니 티는 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근접성과 관계없는 커뮤니티 community without. 남을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3 이러한 주장들은 지금은 일종의 고전이 되었다. 당연히 정반대의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래사회가 고도의 정보사회로 진전하고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커뮤니티 형성은 이웃과 장소에 더욱 의존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찍이 크리스티안 노르베르트 슐츠 Christian Norberg-Schulz가 주장한 내용으로 그는 사회의 공간적 유동성이 증대될수록 인간은 '내 집’과 ‘우리 동네에 더욱 애착할 것이라고 보았다. 4 인간이 진보를 향해 나아갈수록 인간성은 메마르고 거칠어지는데, 이러한 상황이 사람들로 하 요금 이웃을 찾게 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장소를 찾게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도 유사한 의견을 제시했다. 세상이 바빠지고 이동성이 증대할수록 장소는 인간에게 '안식처 haven’ 작용하며, 인간은 그곳을 정신적 육체적 쉼터로 생각하는 경향이 증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미래에는 전통적인 공동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에 떠밀려 그저 소수 의견으로 치부되었다. 이런 상반된 주장 속에서 주거환경을 계획하는 건축가나 계획과들은 어떤 관점을 취해야 할까. 보수적 내지는 균형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미래의 커뮤니티는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단순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다. 미래에는 누구와도 관계 형성이 가능하고 집에서도 모든 정보의 획득이 가능할 것이므로 지리를 초월하는 광역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은 자명하다. 동시에 인간에게는 직접적인 사회 접촉을 통한 관계 형성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기에 집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생각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가정이 없다면, 도시와 주거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계획은 무의미하게 된다. 결국 장소적 커뮤니티와 비 장소적 커뮤니티니 티 모두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될 것이라는 가정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다. 도판 2 커뮤니티가 희박해져 가는 주거환경에 다시 그것이 스며들게 하려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대답은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건축이론 다 킴 도비 Kim Dover가 지적한 주거 상실'의 요인들이 모두 제거된 주거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능주의와 기술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이른 시간에 대량으로 건설한 주거환경에는 커뮤니티를 담기가 어렵다. 진솔한 마음으로 만든 주거환경만이 커뮤니티를 담을 수 있다. 이런 전 제하에 건축가는 개별성을 존중하면서도 모여 사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하고, 공유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공유’란 하나의 대상을 여럿이 서로 나눠 가지는 상태이므로 '잃음'과 '얻음'이 동시에 발생한다. 집합적 주거환경에서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은 생활의 완전한 독립성이고, 얻게 되는 것은 서로 부 재끼면서 느끼게 되는 인간적인 정일 것이다. 의식 있는 건축가들은 '모여 사는 보금자리’와 다양한 '공유공간'이 있는 집합주택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계획할 것이다. 건축가 야마모토 리 캔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일본의 가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호타쿠보 단지에서 폐쇄된 중정을 적극적인 공유공간으로 계획했다. 제18장 도판 13 이후에도 이웃과 커뮤니티 그리고 공유공간을 주제로 삼으면서 집합주택을 계획하고 있다. 그가 설계하여 최근 서울 강남의 세곡동에 들어선 임대아파트에서도 주제는 역시 이웃, 소통, 커뮤니티였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의 전통공간인 마당과 사랑방을 끄집어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인 소외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2의 야마모토 리켄이 등 장할 것이 분명하다. 미래의 도시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건축가들은 지속해서 다양한 공유공간의 모습을 찾으려 할 것이다. 3. 일본 다마 뉴타운 미나미도 사와 지구의 생활 가로, '마을 속의 길'을 표방하는 이 공간은 활기 있고 풍요로운 공유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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