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건축학

한옥과 흙

popcorngirl 2021. 5. 11. 16:12
물 다짐을 할 때는 막대기로 땅을 쑤시는데, 이는 땅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흙 속의 공기를 올라오게 하기 위함이다. 단, 물스밈성 透水性이 높은 흙에만 사용할 수 있다. 점성 토에 포함된 수분은 아주 천천히 빠져나가면서 부피가 줄어드는데, 이것을 압밀' w 密이라 한다. 부피가 줄어들면서 단단해지는 것은 같지만 다짐과 압밀을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사질토와 점성 토가 성질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성 토는 기초다짐을 할 때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흙은 켜켜이 다진다. 흙을 두껍게 깔아놓고 다지면 표면은 잘 다져진 것 같지만 깊은 곳은 다져지지 않는다. 다지는 작업에서 다 짐 두께는 중요한 요소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 林園經濟志를 보면, 반길 깊이에서 예닐곱 번 다질 것을 권하고 있다. 대략 한 번에 5치(15cm)에서 7치(21cm) 정도의 두께를 다지는 것이다. 다져진 흙의 강도는 흙의 입도 粒 道와 함수율에 의해 결정된다. 입자가 큰 것과 작은 것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섞여 있는 흙이 다지기에 좋다. 물기가 많은 흙은 질척질척해서 다질 수 없고, 바싹 마른 흙도 부스러지기 쉬워 잘 다져지지 않는다. 대체로 사질토는 함수율이 10% 내외이고 점성 토는 15% 내외인데, 만져보면 촉촉한 정도다. 그래서 너무 마른 흙은 물을 뿌려가면서 다진다. 기단의 구실 3. 기단 기단은 집을 마당보다 높게 짓기 위한 장치다. 한옥의 기단은 일본이나 중국 가옥의 기단에 비해 높은 편이다. (김왕직, 『알기 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동녘, 2007, 55쪽)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습도 조절 한반도는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한랭건조하다.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춥고 건조하다는 것이 사람 살기에 그다지 쾌적한 환경은 아니다. 한옥은 땅을 파고 들어간 움집에서 지상으로, 그리고 기단을 쌓으면서 점점 땅 위로 올라온 건축 형태다. 움집처럼 땅을 파고들어 가 살면 겨울나기는 수월하지만 여름을 지내기가 힘들다. 난방이 발달하면서 여름을 나기 쉽도록 땅 위에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한옥 마당에 잔디를 심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기단 종묘 향대청도 같은 이유에서다. 잔디는 일종의 습기를 보존하는 장치다. 우리나라의 기후에서 마당에 잔디를 심으면 여름에 집이 너무 습해진다. 마당에 잔디를 깔고 분수를 만드는 것은 건조한 기후에서 습기를 보존하려는 방법이다. 기단은 여름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기단은 처마 끝에서 낙숫물이 떨어지는 범위 안쪽에 있어야 한다. 습기를 피하고자 높인 기단에 낙숫물이 떨어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선 높이 차이의 해결 난방은 그 방식에 따라 크게 대류난방과 복사난방으로 나눌 수 있다. 대류난방은 공기를 직접적으로 데워서 난방하는 방식이고, 복사난방은 방바닥이나 벽 등의 구조체를 따뜻하게 만들어서 그 복사열로 난방하는 방식이다. 복사난방이 대류난방에 비해 훨씬 쾌적한 방식이다. 한옥의 구들은 대표적인 복사난방 잘 치다. 우수한 난방방식인 온돌은 좌식생활과 결부된다. 요즘은 좌식생활을 뭔가 뒤처진 생활방식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좌 식생활은 구들이 가진 복 기단 사는 방의 장점뿐만 아니라 침대 놓고 카펫 깔고 사는 입식 생활에 비해 먼지 같은 부유물 또한 적다. 좌식생활은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주자가 집 안에 앉아 창을 통해 바라보았을 때 외부에 서 있는 사람과의 시선의 높이 차이가 문제가 된다. 서 있는 사람과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시선 높이 차이가 생긴다. 본래 시선의 높이 차는 신분과 관련이 있지만 없어진 오늘날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마당에 외부자가 서 있고 실내에 거주자가 앉아 있는 것을 전제로, 마당과 방바닥은 90cm 이상의 높이 차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