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건축학

기단과 모퉁이

popcorngirl 2021. 5. 11. 20:14
가공본줄 기단 석재를 정밀하게 가공해서 쌓은 기단을 통틀어 가공본줄 기단이라 부른다. 이러한 가공본줄 기단은 크게 서구식 기단과 장대석 기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서구식 기단 땅에 지대석 址臺石을 놓고 기둥 돌을 세운 뒤 그사이에 만석 面 石을 끼와 뚜 껑돌을 덮은 기단이 서구식 架 舊式 기단이다. 일반적으로 서구식 기단은 최고급 기단이라 일컬어진다. 하지만 조선 시대 궁궐의 정전 正殿도 가구 식 기단으로 조성되진 않았으니, 단순히 고급 기단이라고 하기보다는 돌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다고 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서구식 기단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석탑이다. 석탑은 기단을 이루는 부분과 집의 모양을 본뜬 탑신 그리고 상륜부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석탑은 기단부를 서구식 기단으로 조성한다. 일반적으로 석탑에 서는 기단이 강조되어서 옥게 밖으로 돌출된 것들이 많다. 목탑의 기 단은 낙숫물이 떨어지는 범위 밖으로 돌출되어선 안 되지만 석탑은 돌로 만든 것이라서 상관이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석탑의 층수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 은 불국사 삼층석탑을 4층으로 본다. 나 역시 한옥을 지으면서 기단이 무엇이고 집의 몸체(옥신)와 지붕(옥게)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는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는 석탑의 기단이 과장되어 있어서 기단도 한 개의 층수로 보이기 때문이다. 석탑의 기단은 대부분 서구식 기단으로 과장되게 만들어지는 만큼 서구식 기단을 이해하려면 석탑의 기단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실제로 서구식 기단은 기둥 돌 사이에 만석을 끼와 넣고 그 위에 뚜 껑돌(갑석甲石)을 덮은 것이 아니다. 석재는 목재와 재료적 성질이 많이 달라서 나무로 집을 짓듯 가늘고 길쭉한 돌을 기둥처럼 세우기에 적합하지 않다. 대신, 기둥과 만석을 한 덩어리 돌로 만든다. 석탑의 서구식 기단은 큰 돌에 요철을 두어 기둥 돌에 만석을 끼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원래 돌은 가늘고 긴 부재를 엮어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가 아니다. 서구식 기단은 지대석 위에 놓인다. 기단의 기둥 돌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우주 隅 株와 탱자다. '울려는 '모퉁이'라는 뜻으로, 우주는 모서리에 세우는 기둥을 말한다. '탕'은 지탱한다'라는 의미로, 탱자는 하 중을 버티도록 설치한 기둥으로 이해해야겠지만, 보통은 모서리 기둥인 우주를 제외한 모든 기둥을 말한다. 서구식 기단은 부재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며, 정확한 도면이 있어야 가공이 가능한 일종의 맞춤 생산이다. 한편으로, 건축기술은 예술작품 작업과는 달리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점점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인지 조선 시대로 넘어오면 서구식 기단은 거의 채택되지 않는다. · 장대석 기단 화강석을 길게 다듬어 만든 돌을 장대석(와 장대석)이라 하고, 이 장대석을 눕혀서 쌓아 만든 기단을 장대석 기단이라고 한다. 장대석은 어느 정도 규격화한 석재를 떠내고 가공해서 현장에 반입할 수 있다. 장대석 기 단은 석재 하나하나에 대한 가공이 서구식 기단보다 단순하고, 그래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식이다. 지대석과 갑석을 고려해서 만든 장대석 기단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몇몇 중요한 건물에서나 볼 수 있고, 장대석 기단 대부분은 지대석과 갑석의 구분조차 없다. 그저 규격화한 장대석을 한 단(외대), 두 단(두벌대), 세 단(세벌대), 그 외에 지형과 상황에 따라 더 높게 쌓아 올린다. 장대석과 전을 섞어 사용한 예도 있다. 이런 석전 혼용 기단은 만석 대신 전을 쌓은 것으로, 개념적으로는 서구식 기단에 가깝다. 화성 방화수류정과 행궁 낙남헌 등에서 볼 수 있는데, 널리 사용된 방법은 아니다. 기단의 설치 시기 기단은 언제 설치하는 것이 좋을까? 예전에는 기단의 설치를 기초작업과 함께 진행했다. 모든 집이 기단을 먼저 조성한 다음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러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