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관점에서 기단은 기초하는 작업 일부분으로, 기단 전체를 연립 기초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동현, 『한국 목조건축의 기법』, 발언, 1995, 103쪽) 흙을 지면보다 더 높게 다져 올리기 위해서는 흙을 막아주는 흙막이 구실을 할 시설이 필요했다. 눈으로 보아 조성의 선후완 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단도 있다. 초석이 기단 장대석 위에 올라앉은 형 기단 조성의 선후 관계 기단 위에 초석이 올라탔다. 이런 경우는 선후를 따질 필요도 없다. 창덕궁 대조전 일 갑. 최근에는 공사의 마무리단계에서 설치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해미읍성 옥사) 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기단이 직접 집의 하중을 받는다. 기단을 설치하고 나서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운 순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에도 기단 공사를 공사 초반에 기초작업과 병행할까? 최근에는 공사의 마무리단계에서 기단을 설치하는 예가 더 많다. 콘크리트 같은 재료로 기초작업을 하므로 구태여 기단을 먼저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단을 먼저 설치하면, 후속 작업에 의해 기단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전기나 통신, 가스, 보안 시설, 상·하수도 같은 시설들이 집 안팎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 초반에 이미 계획된 시설도 있지만 진행되면서 추가되는 시 설도 많다. 공사 초반에 이런 사항들을 전부 염두에 두고 기단을 설치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초석의 구실 4. 초석 초석은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놓는 돌'로 정의할 수 있다. 석재로만 구축된 이집트 신전이나 아테네 신전에도 초석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초석은 목제 기둥 하부에 설치되어 기둥을 통해 내려오는 집의 하중을 지반으로 분산시키고, 지면의 습기를 차단해 목제 기둥의 부식을 방지하는 구실을 한다. 습기 차단 인류가 움집을 짓고 살 때는 기둥을 땅에 묻어 세웠다. 기둥을 땅에 묻으니 기둥뿌리가 빨리 썩는다. 그래서 기둥뿌리가 습한 땅에 닿지 않게끔 땅에 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돌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우는 일이 쉽지 않고 불안정해서 기둥뿌리를 박아 넣을 수 있도록 초석에 구멍을 뚫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둥뿌리는 빨리 썩었다.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초석에 구멍을 뚫어 박아 넣지 않아도 네 개 이상의 기둥을 서로 잘 결구하면 기둥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초 석에서 구멍은 점차 없어졌다. 홍살문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아직도 구멍 있는 초석을 사용한다. 홍살문은 능·원·묘· 대궐 ·관아 등의 정면에 세우는 붉은 칠을 한 문으로, 둥근 기둥 두 개를 세우고 위에는 지붕 없이 붉은 살을 세우는데, 기둥 두 개만 나란히 서 있어서 그 자체로는 구조가 불안하다. 홍살문은 기둥뿌리를 초석에 박아 넣어야 안전하다. 결국 기둥뿌리가 썩는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기둥뿌리에 있는 습기를 배출시키기 위해 홍살문을 받치는 초석에는 반드시 옆에 구멍이 하나씩 있다. 물 빠지는 구멍이다. 석재는 습한 땅으로부터 습기를 차단한다. 동네 공원에 있는 '퍼걸러 (pergola, 그늘막 : 뜰이나 편평한 지붕 위에 나무를 가로세로로 얹어놓고 등나무 따위의 덩굴씩 물을 올려 만든 서양식 정자나 길, 장식이나 차양의 역할을 함)'을 보면 기둥 하부에 철로 만든 '기둥 받침' 이 있는데, 이러한 철제 기둥 받침도 습기를 차단하는 장치다. 구조물을 짓는 원리는 거의 비슷하다. 초석 상부에 물이 고이면 기둥 하부가 쉽게 썩는다. 초석 윗면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빗물이 잘 빠져야 한다. 가공한 초석에는 인위적으로 미세한 물매를 만든다. 자연석 초석도 물 빠짐을 고려해서 모양과 방향을 결정한다. 주자' 柱座 같은 더 적극적인 디자인도 필요하다. 주 좌란 비와 습기로부터 기둥을 보호하기 위해 기둥 앉는 자리를 조금 높여 만든 것을 말한다.
한옥의 건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