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학

연속되는 중정형 주동

사라진 아트리움 Atrium'은 11호의 임대주택과 주인의 주택으로 구성되는 2층 높이의 저층 집합주택이다. 건물의 외벽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었지만 둘러싸는 벽체만큼은 풍요로운 표정을 지녔다. 중정은 네 방향 모두 다른 모습으로 장식되었으나 정작 사람의 삶이 표출되는 집’ 진짜 모습은 벽체의 뒤쪽에 숨겼다. 철저한 임시 벽의 연출인 것이다. 삼각형의 계단 난간벽, 반원형의 아치 같은 기하학적 형태 들이 중정의 벽체를 특별하게 만든다. 도판 14 중정의 바닥 또한 예사롭지 않다. 흑백의 기록판 패턴이 중앙에 자리하고, 투영 연못 reflection pool)과 금속 조각들이 설치된 바닥은 풀 한 포기 없는 정갈하고 깔끔한 표면을 이룬다. 중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야외전시장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건축가는 이 중정을 '무대'로 연출하려고 했다. 감각적이면서 섬세하고도 철저하게 인공적인 중정, 완전하게 연출된 공간, 이처럼 중정에 일대 변화를 연출한 집합 주택 아트리움은 이제 사진 속에서만 예술품 15. 하야카와 쿠미히모가 설계한 랍비 린스의 중정, 의로 남아 있다. 랍비 린스 Labyrinth'의 사전적 의미는 미로이다. 아트리움을 보고 경탄한 사업자는 이 집합주택의 설계를 쿠미히모에 의뢰했다. 그는 이번에는 5층 규모의 두 동의 건물이 중정을 에워싸게 계획했다. 중정의 2층을 역시 '무대'로 설정했다. 중정은 계단으로 가득한데, 법규에 정해진 피 난 경로의 설치 조건을 마치 퍼즐처럼 풀어내어 미로와 같은 공간을 연출한 것이다. 도판 15 원래 이 중정은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 도로'로 의도되었다. 지역을 통과하는 골목길처럼 생활공간의 일부로서 용해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는 그런 공간을 '도시공원 urban park'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주민들은 외부인이 드나드는 소란함이 싫었다. 결국 남쪽 입구에 회전식 게이트를 설치하여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중정은 더 '도시공원'이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야카와 쿠미히모는 구마모토시에도 '신지 A단지 新地 A단지, 1989-1991’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이 주거단지도 매우 탐미적이다. 지금은 관리 소홀로 쇠락했지만 완성된 당시에는 다양한 색채, 경관, 그리고 수준 높은 외부공간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단지의 중앙에는 연속되는 중정형 주동들을 배열하고 남북에는 두 동의 선형 주동을 배치했다. 중정형 주동 들은 2, 3층으로 하고, 선형 주동은 5층 높이로 계획했다. 도판 16 저층 동에서는 각 주택으로의 진입을 개별적으로 처리했고,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아케이드, 임시 벽 假, 외부 계단 등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170m에 달하는 선형 주동은 비상하는 형태의 지붕을 얹고 저층 부에는 2, 3층 높이의 아케이드를 반복적으로 부여했다. 이 주거단지는 세련된 외관과 외부공간들로 인해 구마모토 예술 폴리스'의 중심 건물이 되었다. 역시 하야카와 구니히 코'라는 세간의 찬사는 당연했다. 1990년대 초부터 도쿄 지바千葉 현에서는 바다를 메워 서 조성한 신시가지 마쿠하리 張에 블록형 집합주택을 집단으로 건설했다. 우리에겐 '마쿠하리 베이타운幕張 Baytown, 1991-1995'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 주거지는 집합주택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었다. 도판 17 일본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블록형 집합주택을 건설한 선례는 없었다. 왜 이런 시도를 감행했을까. 그들은 무엇보다도 '단지의 나라'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의 주거지를 조성하고 싶었다. 주거지 전체에 일상생활이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건축이 길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도시적인 주거지를 본격적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그들은 이전에 작성된 마스터플랜에 대대적인 손질을 다 해 블록형, 고층, 초고층 집합주택으로 이루어지는 계획을 1990년에 확정했다. 계획의 핵심은 '파티오스Patios'로 불리는 중층의 블록형 집합주택들이었다. 스페인 문화권 주택의 안뜰을 의미하는 파티도'는 '둘러싸인 마당'을 통칭하는 용어다. 그들은 이러한 마스터플랜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도시디자인'이라는 수법을 동원했다. 계획조정위원회를 구성 하고 직접 작성한 디자인 지침을 도시 구성의 근간으 18. 마쿠하리 베이 도시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생활 가로 프롬나드에 노 삼은 것이다. 지구의 개발에는 많은 사업 주체가 참여해 연하는 주동, 1층에는 상가가 설치되어 있다. 음으로 이들의 이익, 취향, 일정 등을 조정하고 제어하는 수 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1991년에 작성된 디자인 지침에서는 건물 높이, 벽면율壁率, 코너의 처리, 지붕 디자인, 색채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규정했다.

'건축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외주택과 도심주택  (0) 2021.05.24
파격적인 집합주택  (0) 2021.05.24
집합주택의 공간구성  (0) 2021.05.24
말라게이라 지구의 집합주택  (0) 2021.05.18
파괴와 범죄가 사라진 환경이 조성된 단지  (0) 2021.05.18